그림의 떡이었던 '키오스크' 이젠 주문·포인트 적립 척척”

조작방식 쉽게 풀어 쓴 교재로 수업
실전훈련도 받은 발달장애인 210명
뒷사람 눈치 안 보고 막힘없이 이용
▲ 키오스크 사용법 교육 후 발달 장애인들이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모습. /사진제공=인천시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지적 장애와 한쪽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체 장애가 있는 이모(57)씨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근무하며 혼자 살고 있다. 직업재활시설 출퇴근이 주된 사회 활동이었던 이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시설 휴관이 길어지면서 대부분 일을 혼자 해결해야 했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에 갔지만 코로나19 기간 도입된 무인 주문기 '키오스크(kiosk)'를 사용할 줄 몰라서 번번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하루는 동네 김밥집에서 키오스크로 김밥 주문을 시도했는데 뒷사람 눈치가 보이고 결제 방법도 어려워 실패했다고 한다.

이런 발달 장애인들 어려움을 알게 된 인천시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운영을 재개하자 이들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씨도 교육에 참여해 키오스크 사용법과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 사용법을 공부했다. 이론 공부와 함께 반복적 실습 활동을 거친 이씨는 이제 키오스크 주문에 자신이 생겼다. 교육 덕분에 그는 카페에서 평소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를 사 먹고 포인트도 적립하는 등 키오스크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협회는 올 1월부터 내달까지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을 받아 '발달 장애인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 적응 역량 강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 키오스크 사용법을 교육받는 발달 장애인들. /사진제공=인천시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이 사업은 코로나19 이후 무인 주문을 받기 위해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매장이 급증하면서 최신 단말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에게 키오스크와 줌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 기획됐다.

자체 조사 결과, 발달 장애인들이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는 주요 요인은 낯선 용어와 어려운 조작 방식, 심리적 부담 등으로 파악됐다.

협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맞춤형 교재를 제작하고 강의를 통해 용어와 조작 방식을 쉽게 풀어 설명했다.

▲ 키오스크로 직접 햄버거를 주문하는 모습./사진제공=인천시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키오스크로 직접 햄버거를 주문하는 모습./사진제공=인천시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강의가 끝난 뒤에는 실제 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실전 훈련도 실시했다.

이씨와 같이 키오스크 교육을 받은 발달 장애인은 모두 210여명이다. 교육을 마친 이들은 줌을 통해 온라인 교육과 상담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자신 있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됐다.

협회는 키오스크 교육이 필요한 발달 장애인 누구나 교육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교육 자료를 공개한 상태다.

협회 관계자는 “교육을 받은 수강생들이 키오스크로 음료나 음식을 주문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발달 장애인 특성과 수준을 고려해 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실전 훈련까지 진행해 이들의 사회 적응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발달 장애인들이 사회 테두리 안에 한 발 더 내디딜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민영 기자 jmy@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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